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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tory/낙서장

술.

내가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된 날이 1997년 대학교 입학을 압두고
OT인가를 가서 선배들과 함께 술집에 갔던 날이었던 것 같다.

(난 정말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가서 술을 먹지 않았다!)

그리고, 그 날이 "내가 술이 꽤 세구나.." 라고 느꼈던 첫번째 날이기도 하다.

그당시에 맥주를 먹는 다는 것은 엄청 돈이 많은 학생들이나
선배를 잡았을 때나 가능했기 때문에 주로 소주와 빈곤한 안주를
시켜다 놓고 먹었는데, 그냥 먹다보니 어느새 주위 사람들은 다 쓰러져있고
나와 몇몇만 멀쩡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상황이 심심찮게 나타나곤 했다.

그때는 그냥 술자리의 그 떠들썩한 분위기와
취한 상태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(비록 다음날 누구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
않을지라도!) 그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.

학교가서 동그랑땡에 앉아
사람들과 막걸리를 먹기도 하고..
그러다 지나가던 친구를 발견하면 불러서 같이 먹고..
그냥 그런 것들.. 처음 해보는 (고등학교때 이런 짓을 해볼수는 없잖아..-_-)
것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.

군대에 가서 자대배치를 받은 후 BOQ 생활을 하면서
선배장교들과 후배 , 동기들과 함께 또 술자리를 많이 가졌던 것 같다.

밤9시 10시에 소대원들이 자는 것을 보고
BOQ로 퇴근을 하면,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고 뭐고 그냥 볼거라고는
공중파 채널이 나오는 TV뿐이었는데
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, 할 수 있는게 있는 것도 아니라
그냥 동기와 함께 술 마시며 얘기하다가 잠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.

동기와 패트병 소주와 참치 한캔을 놓고
"명랑소녀 성공기"를 보면서 그 한통의 소주를 다 먹었던 기억이 난다. ㅋㅋ

(급기야 그 동기는 작은 냉장고를 하나 사서 맥주를 사다 넣어놓기 시작했다. ㅋㅋ)

이때는 술 마시는 분위기보다 그냥
마셨던 것 같다. -_-

전역 후 회사 취직을 위해 6개월 동안 백수 생활을 하면서
술도 많이 먹었고
취직 후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술을 많이 먹었다.

아마 지금까지 먹은 소주의 양만 계산해도
캐리비안베이의 파도 풀장을 가득 채우... -_- 에헴.

요즘은 술을 별로 먹지 않는다.

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좋아하는 술이지만
옮긴 회사의 분위기가 술을 그다지 많이 마시지 않는 분위기이고
더욱이 서현이가 태어나면서 집에서도 가급적
술 마시는 것을 자제하려고 하고 있다.

그리고 이제 건강검진을 할 때 마다 간수치가 걱정이다. ㅋ


한 며칠 술 안마시면 그건 또 그것대로 몸이 가뿐한 것이
확실히 몸에 좋은 식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.

일년일년이 지나갈 수록
술에 반응하는 내 몸도 너무너무 달라진다. ㅋ